방자망의 생각과 마음

광주극동방송을 들으면서 씁쓸해지는 마음...

방자망 2014. 2. 6. 21:43

운전할 때 광주극동방송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에는 잠깐 듣다가 라디오를 끄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가끔 이상하고 말도 안되는 내용들이 나올 때가 있기 때문에.

오늘은 극동방송 PD 한분과 어떤 목사님의 책 소개 코너(?)가 있었다.

중간부터 들어서 책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언급하면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는 교훈을 도출해냈다.

책 안에 그런 내용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목사님 자신이 말씀하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길 수 있다'는 면을 부각시키면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해도 이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었더라도 목사님은 긍정하는 뉘앙스였음)

성경에서 나오는 여러 명장면 중 하나인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를 고작 그 정도의 '대학과 성공'의 교훈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다니...

그 전투에서 고작 '작은 것도 큰 것을 이길 수 있다'라는 정도의 인생교훈을 끌어낸다면 그 위대한 싸움의 핵심 의미를 완전히 놓치는 것이고 말씀을 그릇되게 적용하는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에 비해 작고 사울 왕의 갑옷과 무기를 버리고 작은 돌을 들고 나아갔던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중에 다윗 자신이나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위대한 전투의 공로를 다윗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만 돌리게 하도록.

다윗의 힘과 능력으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하신 일임을 온 세상이 알도록.

그런데 그 말씀을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해도 세상에서 성공할 길은 많다는 교훈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다니.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책을 계속 소개하면서, 몇 명의 청년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은 안좋은 지방대학에 갔고 나머지는 좋은 명문대학에 갔는데, 지방대학에 간 청년은 그 학교에서 1등을 해서 자신감이 엄청 상승했고 명문대학에 간 나머지 청년들은 거기서 경쟁에 밀려 B, C학점을 받으면서 인생의 쓴 맛을 보게 되었고 자신감을 잃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큰 물에서 노는 작은 물고기가 되기 보다는 작은 물에서 노는 큰 물고기가 되는 것이 더 좋습니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까지 듣고 나는 라디오를 꺼버렸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길 수 없다거나, 좋지 않은 대학에 진학하면 세상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거나, 무조건 큰 물에서 놀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꺼버린 것이 아니다.

도대체 왜 '기독교 방송'이라는 곳에서 '목사님'이라는 분이 성경을 엉뚱하게 해석 및 적용을 하면서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은 '인생설계'에 대한 책을 청취자들에게 소개하고 계신 건지...

어째서 극동방송은 '기독교 방송'인데 무엇이 유익하고 무엇이 유익하지 않은지 그 내용조차 분별을 못하는 건지...

듣기 싫으면 그냥 라디오를 끄면 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