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그리고 나

욥기를 읽으면서 답답했던 부분들...

방자망 2013. 8. 30. 10:13
욥기를 읽으면서 좀 이해가 안되고 답답한 부분들이 느껴졌다.

나는 신학을 배우지도 않았고 성경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여서 말씀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욥기 1장에 보면 사탄이 하나님 앞에 나타나서 대화를 나눈다. (욥1:6-12) 내 즉각적인 반응은 '헐... 사탄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거지?? 천사들도 너무 눈이 부시고 두려워서 날개로 눈을 가려야 할 정도인데... 사탄이 그렇게 당당하게 나타나는 것이 말이 되나?!'였다.

또, 욥기의 저자는 욥 자신이 아니다. 욥과 친구들의 대화를 목격한 사람이 기록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하늘에서 하나님과 사탄 사이에 있던 일들을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쓴 것일지 궁금했다.... 환상이나 성령님의 강한 감동으로 얻은 계시인가?

그리고 또 하나는 하나님이 사탄의 요구에 반응했다는 점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나님이 욥을 극찬했더니 (1:8) 사탄이 '그것은 하나님이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고 항상 지키시니까 그런 것 아닙니까?!'라며 시험해보자고 했을 때 (1:9-11) 하나님이 'ok'라고 하셨다. (1:12) 그래서 사탄은 욥의 모든 자산과 욥의 자녀들까지 다 빼앗아버린다. (1:13-20) 그리고 두번 째 시험에서는 욥을 중증 피부질환으로 쳐서 괴롭힌다. (2:7)

물론, 하나님을 의지한다고 해서 삶에 고난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본문에서는 욥이 왜 이런 고난을 경험해야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욥이 죄를 지어서 하나님이 노하셔서 그 댓가로 이런 고난을 당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고난을 겪으셨기 때문에 우리도 복음을 위해 고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지도 않는다.

물론, '하나님 마음이니까'라고 할 수는 있지만... 구약과 신약의 수많은 본문에서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을 어려운 상황에서 구원하시고 죽음의 위기에 닥쳤을 때도 피할 길을 내어주시거나 오히려 승리로 이끄시는 것을 봐왔는데, 왜 이 경우에서는 하나님께서 친히 'blameless' (죄 없는), 'man of complete integrity' (온전히 정직한 사람)이라고 극찬하신 욥이 단지 사탄이 내기해보자고 해서 그것을 허용하셨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하셔서 상대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아닌 피조물이 자신을 만든 창조주께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마는...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신 것은 정말 하나님 마음이지만 왜 그러셨는지 그 이유가 정말 궁금했고, 특히 하나님이 먼저 그렇게 하려고 계획하셨던 것이라기보다 사탄이 그렇게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응해줌으로써 뭔가 사탄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가는 듯한 (적어도 표면적으로 봤을 때...) 느낌이 들어서 납득이 안 되었다. 뭔가 조금은 낯선 하나님의 모습이랄까?

어제 이 문제 때문에 여자친구와 전화로 거의 1시간 정도 얘기했는데 여자친구는 욥의 고난이 훗날 오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표로 볼 수 있지 않냐고 했다. 나는 아직 확신이 없어서 '흠... 그런가?'라고 대답했는데 오늘 본문을 보니깐 정말 그렇게 생각할만한 구절 발견!!

욥기 9:32-35

하나님은 나처럼 사람이 아니신즉 내가 그에게 대답할 수 없으며 함께 들어가 재판을 할 수도 없고
God is not a mortal like me, so I cannot argue with him or take him to trial.

우리 사이에 손을 얹을 판결자도 없구나
If only there were a mediator between us, someone who could bring us together.

주께서 그의 막대기를 내게서 떠나게 하시고 그의 위엄이 나를 두렵게 하지 아니하시기를 원하노라
The mediator could make God stop beating me, and I would no longer live in terror of his punishment.

그리하시면 내가 두려움 없이 말하리라 나는 본래 그렇게 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니라
Then I could speak to him without fear, but I cannot do that in my own strength.

여기에서 욥이 판결자(mediator)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는 것이 훗날 오실 메시야를 향한 갈망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욥의 삶에 생긴 이 고난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또 하나의 예표가 되어 욥에게 엄청난 기쁨과 영광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당시에 본인은 그런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너무 괴로워서 하나님께 부르짖은 것이겠지만...)

아무튼 이 사실은 욥기를 읽으면서 쌓였던 답답함을 해소하는데 엄청난 힘이 된다. 하나님께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사탄의 내기에 응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세상을 구원할 메시야를 보낼 것이라는 약속을 담기 위한 것이였기 때문에.

그리고 혼자 고민고민하면서 또 한가지 생각해봤던 것은...

표면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사탄의 의도에 끌려가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인 것 같다는 점이다.

욥기 1장으로 돌아가보면 먼저 대화를 시작한 것은 사탄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이 먼저 사탄에게 어디서 나타난 것이냐고 물으셨고 사탄은 땅을 정찰하고 왔다고 대답한다. (1:7) 그리고 하나님이 먼저 욥에 대한 얘기를 꺼내신다. (1:8)

자,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은 사람의 속성뿐만 아니라 사탄의 속성에 대해서도 다 아신다. 그래서 자신의 종 욥을 사탄에게 자랑하면 사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조차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이 기회를 통해 욥을 더욱 연단시키시고 욥의 삶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표를 새겨넣기 위해 이미 예상되었던 사탄의 도전에 (사탄은 하나님의 사람이 잘되는 꼴을 못보니깐 욥의 칭찬에 대해 보인 반응이 놀랍지는 않음) 응해주심으로써 욥의 삶을 욥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더 값지게 사용하신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고난 전의 욥은 여러 면에서 훌륭한 하나님의 사람이였지만 욥기의 후반부로 달려갈 수록 알 수 있듯이 욥도 아직 더 성장하고 하나님에 대해 더욱 온전히 알아가야 할 점들이 많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 목사님께 문자로 위에서 얘기했던 '그리스도의 예표'에 대해 여쭤봤는데,

당시에 욥이 그리스도의 오심을 내다보면서 한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자신과 하나님 사이의 건널 수 없는 gap에 대한 심경을 호소한 것이지만,

그리스도가 오신 후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욥기를 읽을 때 욥의 그 말은 사람과 하나님 사이에 중재자가 절실하게 필요함을 드러내고 있고 훗날 오실 그리스도에 대한 간접적인 예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답장해주셨다 :)

휴, 맨날 이렇게 고민하면서 성경 읽으니깐 진도가 안나가는 것 같기도...ㅜㅜ

하지만 이렇게 끙끙거리고 고민고민하며 읽으면 하나님의 말씀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알게 되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지...ㅎ

제 주관적인 해석이 많이 들어간 나눔이니깐 읽으신 분들은 그냥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참고하세요 :)